저지조항 자체가 위헌, 입법 없어도 군소정당 원내 진출 가능

저지조항 없어도 다른 장벽으로 군소정당 난립 가능성 없어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9일 <3% 이상 득표하거나 5명 이상 지역구에서 당선돼야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는 저지조항> 전체에 대해 한국에서는 그 제도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7명의 재판관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했다. 헌법소원은 3% 이상의 조항에 대한 것이었지만 헌법재판소가 저지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5석 이상 조항에 대해서 직권으로 함께 위헌결정을 했다.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중 김상환, 정정미 재판관은 저지선 3%에 달하지 못할 경우 최대 약 84만 표가 사표가 되고, 이러한 사표심리로 인해 거대정당에 대한 투표가 조장되고 있으며, 현행 비례대표 의석 수(46석) 중 1석 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략 1~2% 수준의 상당한 득표가 필요해 군소정당 난립의 가능성이 없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저지조항이 국회의 입법형성의 재량 범위 내에 있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정당법상 정당이 아니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다.

다음은 위헌결정의 요지이다. 

거대정당은 저지조항과 위성정당이라는 2중의 장벽을 만들었다. 제21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위성정당들과 합산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의원 총 정수 300석 중 2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강력한 거대양당제는 엄격한 정당설립요건, 다수대표의 소선거구제, 46석 수준의 비례대표 의석 수, 20석 이상 원내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다. 

따라서 저지조항 자체를 폐지하더라도 의석을 획득할 수 있는 군소정당이 극소수라서 정당 난립의 가능성이 없고 여전히 거대양당 중심의 국회운영이 가능하다. 더구나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의 경우보다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의회 내 다수당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 헌법재판소는 다수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저지조항을 스스로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조항 자체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다. 


별도 입법이 없어도 2028년 총선부터 저지조항 효력 상실

이번 헌재 결정은 국회에 입법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아니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즉시 상실되는 위헌결정이다. 또한 헌재는 저지조항 자체가 한국에 필요하지 않으니 저지조항이 소멸된 상태에서 총선을 치러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국회가 아무 입법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군소정당은 저지조항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헌재는 저지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입장이므로 만약 국회가 저지조항을 개선하는 입법을 한다고 해도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헌재가 다시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양당이 저지조항을 존치하는 입법을 하기엔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거대양당의 입장에선 비례대표의석 수를 현재 46석에서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3%의 저지조항을 1~2%로 낮추는 것은 그다지 실익이 없다. 저지조항 자체가 없더라도 46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단 한석이라도 받으려면 정당명부 득표에서 1/46 즉 2.1% 이상을 얻어야 한다. 46석 이라는 낮은 수준의 비례대표 의석 수 때문에 저지조항 없이도 저지조항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 즉 저지조항을 다시 살리는 입법이 불필요한 상황이다.


군소정당, 지방선거의 저지조항 제거와 비례확대, 연동 상향 요구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지난 2월 3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의 비례대표 배분 저지조항(5%)에 대해서도 폐지를 촉구했으며, 이들은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그간 봉쇄조항이 유권자의 선택권과 표의 가치를 왜곡해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해 왔다며, 지방선거 비례대표 5% 장벽 폐지, 2인 선거구제 폐지, 전면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연합정당 및 지역정당 허용, 위성정당 금지 등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문제는 저지조항이 폐지돼도 비례대표의석 수가 적기 때문에 실질적인 저지조항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가 살아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1% 이상 득표할 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도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정도로 늘려야 한다. 75석이 되더라도 저지선이 1.5% 득표율에 해당한다. 

현재 46석을 존치한다고 할 때 연동비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늘려야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만약 연동비율을 그대로 존치한다면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을 금지시켜야 저지조항을 폐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헌재의 전향적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저지조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연동비율과 위성정당이 그대로 남는다면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인해 이번 결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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