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괴뢰로 전락했는가?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납치 당한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극적 합의를 하고 원유 생산과 판매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베네수엘라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가 미국에 완전히 굴복한 것인지, 원유 국유화를 포기한 것인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분석가들은 로드리게스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군부까지 미국과 내통하고 마두로의 납치에 협력해 그 대가로 권력을 승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차베스 이후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는 이번 사태로 파탄이 났다는 것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트럼프의 괴뢰정권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물론 현재 조선처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조선도 미국과 협상이나 협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미국에 굴복한 것인지 타협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관련해 지난 1월 28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불러 3시간 동안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미국 상원, 국무장관 불러 베네수엘라 청문회 개최
루비오 장관은 쿠바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쿠바계가 밀집한 마이애미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따고 2011년부터 상원에 진출해 트럼프와 맞서 공화당 대선경쟁에 나선 바 있다. 루비오는 현재 과거 키신저처럼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다. 루비오는 상원 외교위원회 출신으로 트럼프의 거친 언동을 의회에서 순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남미 전문가로서 이번 베네수엘라 전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인자적 전권을 부여 받고 있다. 국방장관은 정치 초년생이라서 상원에서 1표 차이로 인준되는 등 국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으며, 부통령은 공식적으로 외교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군의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한 폭침, 마두로 납치에 대한 정당성, 미국의 당면한 목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에 대한 정당성 인정, 향후 계획 등 베네수엘라에 대한 쟁점을 다루고 관련된 중국, 쿠바 문제를 다뤘다.
트럼프가 전쟁법을 위반했는가?
루비오 장관은 마두로 납치가 뉴욕법원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영장이 외국의 국가정상에게 효력이 있는지는 법원에서 다툴예정이다. 다만 과거 파나마 대통령이나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미국의 사법권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해 폭격을 하고 생존자에게 확인사살을 했으면서 이 부분의 비디오를 은폐한 부분을 비판했다. 루비오는 이번에도 무장한 마약선과 마약상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루비오는 이번 마두로 납치가 사법집행이라서 의회에 미리 통지하거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이후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 전쟁법에 따라 의회의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루비오는 베네수엘라가 미군을 공격하거나 공격할 기미가 있으면 미군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며, 그 경우 워파워엑스에 따라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지할 것이며, 60일 이상 이런 정당방어 상황이 지속되면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는 현재 베네수엘라 영토에 있는 미군은 최근 부임한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와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한 대사관 내 소수의 해병대 경비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루비오는 현재 미군이 베네수엘라부터 위협을 받고 있지 않으며, 미군도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전력을 철수하고 이란 근해로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두로를 납치한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루비오는 마두로 납치의 법적 근거는 사법집행이라고 했지만 그 정치적 목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루비오는 중국, 러시아, 쿠바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배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마두로를 체포한 후 사법집행이 아닌 원유에만 관심이 있고 연설에서 오일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루비오는 중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덤핑으로 사들이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그래서 미국이 마두로 납치 후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협상하여 미국이 중국 대신 베네수엘라와 원유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루비오는 미국은 중국과의 덤핑거래보다 더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유 판매 대금은 일단 미국 정부의 국고에 들어 온 후 미국의 승인 아래 베네수엘라 정부에게 돌려줘 원유산업 재건, 생필품과 의약품 구입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인정하는가?
미국의 목적은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통제권이다. 다만 미군이나 기업이 당장 베네수엘라에 들어갈 수가 없으므로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에 대한 협조는 현지 공권력이 담당해야 한다.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라 미국은 현재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만이 베네수엘라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이나 다른 반체제 인사들은 통치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미 2024년 베네수엘라 총선이 부정선거이고 마두로는 정당한 당선자가 아니며 야당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미국이 마두로의 후계자인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은 기존 미국의 입장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즉답을 피했으며,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관련하여 트럼프나 최근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군대를 동원해 타국의 체제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은 그 나라의 현실 조건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루비오는 임시정부가 구속된 야당 인사들을 석방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민주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일정부분 체제전환으로 가고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루비오는 쿠바에 대해서도 미국이 쿠바의 체제전환을 바라지만 무력을 사용하는 방식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는 미국의 괴뢰인가?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괴뢰정권을 세울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베네수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지 미군을 투입해 미국식 국가를 세우는 네이션빌딩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현재 정부를 인정하고 타협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평가대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그 오빠인 국회의장이 중심되고 군부까지 힘을 합쳐 임시정부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마두로 정부 때 구속된 인사들을 석방하고 있다. 임시정부가 국내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원유 통제를 위해 현지 권력과 협력하는 것이다.
임시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원유를 미국에 넘겨주고 공동생산과 공동판매를 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원유산업의 국유에 대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의 요구대로 민영화 조치를 하고 있다. 향후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현재의 국유화 비율을 어느정도 외국 기업에게 양보할지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석유회사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를 강권하고 있지만 과거 베네수엘라의 국유화조치에 놀란 바 있는 석유회사들이 투자를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원유를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중 쿠바 비중은 5% 미만이지만 쿠바로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대한 원유수출에 대해 어떤 타협을 할 것인지, 아니면 중러가 베네수엘라 대신 쿠바를 지원함으로써 베네수엘라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5년 1월부로 6년의 3선 임기가 시작되어 2031년까지 임기가 예정되었다. 마두로 임기가 아직 5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별도의 선거 없이 5년 동안 통치할 수 있다. 임시정부가 상황만 잘 통제한다면 사실상 마두로에서 로드리게스로 안정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체제전환을 목표로 하고 조기선거를 요구하고 야당을 지지하는 등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다. 일단 미국은 국익만 실현된다면 체제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니 양국이 타협을 유지한다면 임시정부가 일부 민주화 조치를 하는 성의를 보여주면 조기 선거 없이 로드리게스 체제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조기선거를 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압박할 수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은 로드리게스는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며 현재 야당인사들을 여전히 탄압하고 미국의 마약단속국에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오일이 가져 오는 지정학적 변화는?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의 원유 자원국이다. 이 원유는 중질유인데, 값이 싼 대신에 정제를 해야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는 시설이 없고 자금이 부족해 보유양에 비해 극히 일부만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싼값에 이 중질유를 수입해서 정제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를 제 값에 사서 그 판매대금으로 베네수엘라의 정제시설을 확충하자고 베네수엘라 정부에게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유조선에서 압류한 원유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로부터 추가적으로 원유를 도입하여 베네수엘라와 공동생산과 공동판매를 하고 있다. 이미 5억 달러 판매대금 중 3억 달러를 베네수엘라 정부에 지급했다. 이점에 베네수엘라에게도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며,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원유회사에 종속될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이다. 만약에 중러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베네수엘라에 중질유 정세시설을 확충시켜주었다면 지금과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캐나다의 중질유를 수입했는데, 더 싼 베네수엘라 중질유를 수입하면 자신들도 이익을 보니 양국이 호혜적이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캐나다는 미국 대신 중국에 자신들의 중질유를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던 인도는 미국의 중재로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지정학적 판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명심할 것은 최강의 핵무장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식민지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 전면전으로 가지 않고 타협하려는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비록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 약소국이나 민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투쟁력을 배경으로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 사실 조선조차 지금까지 전면전을 준비하면서도 미국과 협상하려고 노력해왔다. 베네수엘라가 투쟁을 준비하지 않고 미국에 완전히 굴복했다는 평가는 경솔한 판단이다. 임시정부의 전략은 과거 정권과 차별화를 하되 민중들의 단결을 원동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자신들의 국익을 일부 양보하고 일부 보전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에게 실천적으로 중요한 건 베네수엘라가 진보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한다는 점보다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미국을 규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설사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대결에서 패배해 식민지로 전락한다고 해도 우리는 미국의 침략을 규탄하고 납치된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더구나 베네수엘라는 현재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되지 않으려고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침략을 받아 지도자가 납치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지키고 위해 타협과 굴복 사이라는 백척간두, 칼날 위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가 됐다는 주장은 진짜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판명될 때 하더라도 늦지 않다.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힘들게 맞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됐다면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비난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국제적 연대도 힘이 빠지고 그건 미국에 유리하고 미국이 원하는 바이다. 스페인 내전처럼 처절한 역사가 보여주듯이, 파쇼와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영웅적 패배로 끝나더라도 한사람의 저항자가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지지와 연대를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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