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 분석과 각 국가와 기업의 대응

대법원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형식적 실체적 조건을 위반”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6대 3의 다수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하급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IEEPA를 근거로 도입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와 보편 관세 중 상당 부분이 무효가 되었다.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와 불공정 무역 대응을 위한 무역법 301조(대중국 관세 등)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회가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서는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적시했지만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서는 이러한 명시가 없다. 따라서 과세권을 가진 의회가 이법에서 대통령에게 과세권을 부여할 의사가 없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서 해당 조항의 "수입규제"라는 표현이 자산 동결이나 금융 거래 금지 등을 의미할 수 있지만 명시적으로 대통령에게 과세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의회가 과세권을 갖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캐나다와 멕시코 및 중국으로부터의 마약 유입, 그리고 미국 제조업 및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미국의 각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작동시킬 수 있는 국제경제의 긴급한 비상사태가 아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밀매'나 '무역 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비상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미국이 모든 나라와 전쟁을 하는 등 비상상황이 없는데 모든 나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 밖이다. 따라서 비상사태가 아니므로 최대 수조 달러 수준으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번 관세부과는 대통령이 단독으로 과세할 것이 아니라 의회와 협력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복원했지만 위력과 지속성이 의문

트럼프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존 관세가 무효가 되자 무역법 122조를 발동하여 전 세계나라의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시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동할 수 있는 조항이고 세율은 최대 15%, 적용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이후 연장하려면 상원과 하원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의 관세에 반발하고 있어 연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단 무역법 122조를 발동,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여한 뒤 무역법 301조 일명 슈퍼 301조를 본격 가동해 관세를 장기적으로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301조에 따라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후 대통령이 관세와 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301조는 상대국과 협의, 연방 관보 공시,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므로 전 세계를 상대로 이 조항을 발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요한 무역적자국에 대해 이 조항을 발동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과거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한 슈퍼 301조 조사도 실제 관세 부과까지 법에서 정한 150일 넘겨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됐다.


무역적자는 국가안보에 해당 안 돼 품목관세도 한계 지녀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상무부가 조사한 뒤 대통령이 조치를 취한다. 국가안보 조건이 엄격하므로 여러 나라에 동시에 부과하는 일반적 효과를 낼 수 없다. 법정 조사 기간만 최대 270일에 이르며, 적용 대상도 철강·알루미늄처럼 특정 품목에 한정된다. 

2026년 현재 다수의 수입업자들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대해 절차준수, 국가안보 범위, 관련된 파생상품에 관세 여부 등을 문제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안보와 무관하다는 다수의 소송이 미국의  국제무역법원(CIT)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가 영향을 받는다. 

무역법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다. 독립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직접적인 산업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관세법 338조는 1930년대 제정된 조항으로,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해 3월 트럼프의 338조 활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 조항 폐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소비자에게 전가한 관세를 기업에게 환급한다면

대법원은 이미 걷힌 1500억 달러의 관세를 어떻게 환급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하급심에서 다뤄진다. 하지만 현재 이미 한국 기업을 포함하여 1,500개의 기업들이 관세환급에 대한 소송절차에 착수했다. 문제는 정부가 관세를 누구에게 반환해야 하는지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관세 환급 신청 권한은 ‘수입신고자(IOR)’에게 있다. 다만 수출자가 관세를 대신 납부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 방식으로 거래한 경우, 수출기업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직접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업자에게 관세를 환급하는 것이 부당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반대한 대법관들 역시 "수입업체가 이미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한 경우 이들에게 관세를 환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5년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듯이 실제로 돌려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즉각 환급 신청, 각국 관세협상 이행에 이견

현재 각국의 기업의 경우 바로 관세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하는 반면, 각국의 국가들은 트럼프의 보복을 우려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2025년 한국 기업이 납부한 상호관세는 35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 수출기업 6000여 곳이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세청은 대미 수출기업 2만4000여 곳 중 4분의 1인 6000여 곳이 ‘관세지급인도조건(DDP)’ 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는 이미 CBP를 상대로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제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화큐셀 미국 법인과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소장을 제출했다가 즉각 철회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각국 정부의 공통적인 대응을 보면 첫째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향후에 어떤 형태의 관세도 복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위해 무관세라는 글로벌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15%의 관세를 복원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평하지 않지만 비판적이다.

둘째 정부의 대응과 무관하게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관세환급소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셋째 트럼프의 관세부과 협박으로 시작된 관세협상이 비록 부당하지만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이 협상이 아직 유효하며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트럼프의 보복을 두려워 하는 외교상 수사이며, 실제로는 관세협상의 이행을 지연시켜 관세협상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공식적으로 기업의 관세환급을 지원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세협상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이행에 시간을 끌거나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각국이 단결한다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 있어 개별대응보다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대응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는 “이번 대법 판결로 지난해 체결한 무역 합의를 이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밝히며 향후 조치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판결 이후 트럼프의 보복관세를 우려하며 "합의는 합의"라며 이미 약속한 15% 관세 상한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2월 24일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승인할 예정이던 유럽의회는 승인을 보류하고 미국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랑게 위원장은 "적절한 법적 평가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입법 절차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린 후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유럽 중 미국과 독자노선을 중요시하는 프랑스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가 관세를 복원하자 수입 제한과 특허 중단 등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상호주의에 따른 공정한 규칙 아래 미국과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에둘러 재협상을 시사했다.

일주일 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하는 독일 총리는 관세장벽을 제거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기업들이 관세를 환급받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026년 2월 23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일방적인 관세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고 "슈퍼 301조 등 아직 남아 있는 관세도 취소돼야 하고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의 관세 복원에 대해 중국이 대응할 조치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시진핑 주석은 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으나 트럼프의 돌발적인 보복관세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려던 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하고 상황을 지켜 본 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