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 분석과 각 국가와 기업의 대응

대법원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형식적 실체적 조건을 위반”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6대 3의 다수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하급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IEEPA를 근거로 도입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와 보편 관세 중 상당 부분이 무효가 되었다.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와 불공정 무역 대응을 위한 무역법 301조(대중국 관세 등)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회가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서는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적시했지만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서는 이러한 명시가 없다. 따라서 과세권을 가진 의회가 이법에서 대통령에게 과세권을 부여할 의사가 없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서 해당 조항의 "수입규제"라는 표현이 자산 동결이나 금융 거래 금지 등을 의미할 수 있지만 명시적으로 대통령에게 과세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의회가 과세권을 갖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캐나다와 멕시코 및 중국으로부터의 마약 유입, 그리고 미국 제조업 및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미국의 각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작동시킬 수 있는 국제경제의 긴급한 비상사태가 아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밀매'나 '무역 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비상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미국이 모든 나라와 전쟁을 하는 등 비상상황이 없는데 모든 나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 밖이다. 따라서 비상사태가 아니므로 최대 수조 달러 수준으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번 관세부과는 대통령이 단독으로 과세할 것이 아니라 의회와 협력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복원했지만 위력과 지속성이 의문

트럼프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존 관세가 무효가 되자 무역법 122조를 발동하여 전 세계나라의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시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동할 수 있는 조항이고 세율은 최대 15%, 적용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이후 연장하려면 상원과 하원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의 관세에 반발하고 있어 연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단 무역법 122조를 발동,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여한 뒤 무역법 301조 일명 슈퍼 301조를 본격 가동해 관세를 장기적으로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301조에 따라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후 대통령이 관세와 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301조는 상대국과 협의, 연방 관보 공시,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므로 전 세계를 상대로 이 조항을 발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요한 무역적자국에 대해 이 조항을 발동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과거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한 슈퍼 301조 조사도 실제 관세 부과까지 법에서 정한 150일 넘겨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됐다.


무역적자는 국가안보에 해당 안 돼 품목관세도 한계 지녀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상무부가 조사한 뒤 대통령이 조치를 취한다. 국가안보 조건이 엄격하므로 여러 나라에 동시에 부과하는 일반적 효과를 낼 수 없다. 법정 조사 기간만 최대 270일에 이르며, 적용 대상도 철강·알루미늄처럼 특정 품목에 한정된다. 

2026년 현재 다수의 수입업자들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대해 절차준수, 국가안보 범위, 관련된 파생상품에 관세 여부 등을 문제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안보와 무관하다는 다수의 소송이 미국의  국제무역법원(CIT)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가 영향을 받는다. 

무역법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다. 독립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직접적인 산업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관세법 338조는 1930년대 제정된 조항으로,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해 3월 트럼프의 338조 활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 조항 폐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소비자에게 전가한 관세를 기업에게 환급한다면

대법원은 이미 걷힌 1500억 달러의 관세를 어떻게 환급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하급심에서 다뤄진다. 하지만 현재 이미 한국 기업을 포함하여 1,500개의 기업들이 관세환급에 대한 소송절차에 착수했다. 문제는 정부가 관세를 누구에게 반환해야 하는지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관세 환급 신청 권한은 ‘수입신고자(IOR)’에게 있다. 다만 수출자가 관세를 대신 납부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 방식으로 거래한 경우, 수출기업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직접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업자에게 관세를 환급하는 것이 부당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반대한 대법관들 역시 "수입업체가 이미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한 경우 이들에게 관세를 환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5년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듯이 실제로 돌려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즉각 환급 신청, 각국 관세협상 이행에 이견

현재 각국의 기업의 경우 바로 관세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하는 반면, 각국의 국가들은 트럼프의 보복을 우려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2025년 한국 기업이 납부한 상호관세는 35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 수출기업 6000여 곳이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세청은 대미 수출기업 2만4000여 곳 중 4분의 1인 6000여 곳이 ‘관세지급인도조건(DDP)’ 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는 이미 CBP를 상대로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제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화큐셀 미국 법인과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소장을 제출했다가 즉각 철회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각국 정부의 공통적인 대응을 보면 첫째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향후에 어떤 형태의 관세도 복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위해 무관세라는 글로벌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15%의 관세를 복원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평하지 않지만 비판적이다.

둘째 정부의 대응과 무관하게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관세환급소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셋째 트럼프의 관세부과 협박으로 시작된 관세협상이 비록 부당하지만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이 협상이 아직 유효하며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트럼프의 보복을 두려워 하는 외교상 수사이며, 실제로는 관세협상의 이행을 지연시켜 관세협상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공식적으로 기업의 관세환급을 지원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세협상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이행에 시간을 끌거나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각국이 단결한다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 있어 개별대응보다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대응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는 “이번 대법 판결로 지난해 체결한 무역 합의를 이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밝히며 향후 조치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판결 이후 트럼프의 보복관세를 우려하며 "합의는 합의"라며 이미 약속한 15% 관세 상한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2월 24일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승인할 예정이던 유럽의회는 승인을 보류하고 미국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랑게 위원장은 "적절한 법적 평가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입법 절차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린 후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유럽 중 미국과 독자노선을 중요시하는 프랑스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가 관세를 복원하자 수입 제한과 특허 중단 등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상호주의에 따른 공정한 규칙 아래 미국과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에둘러 재협상을 시사했다.

일주일 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하는 독일 총리는 관세장벽을 제거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기업들이 관세를 환급받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026년 2월 23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일방적인 관세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고 "슈퍼 301조 등 아직 남아 있는 관세도 취소돼야 하고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의 관세 복원에 대해 중국이 대응할 조치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시진핑 주석은 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으나 트럼프의 돌발적인 보복관세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려던 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하고 상황을 지켜 본 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선의 병진노선과 병진정책 차이, 남북충돌 가능성

올 노동당 당대회에서 병진정책 채택 예상

조선이 올 2월 하순에 개최할 9차 당대회에서 밝힐 ‘병진정책’이 안보분야에서 남북미 관계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11일과 12일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에서 현장지도하면서 “2026년 9차 당대회에서 국방분야에서 핵 무력과 상용 무력의 병진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진정책은 핵·재래식 무기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조선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초대형 핵탄두·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극초음속 미사일 등 주로 핵무기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5개년 국방계획 발표했고 주요한 목표를 조기에 실현한 바 있다.

중국과 조선에서 말하는 수 세대에 걸치는 국가의 지도이념으로서 사상 및 장기적인 전략으로서 노선은 일반적인 정책과 다르다. 중국은 맑스레닌주의 이외에도 모택동 사상, 등소평 사상 등 걸출한 지도자의 노선을 사상으로 고양시켰지만 북에선 맑스레닌주의 사상 이외에는 주체사상만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노선은 과거 선군사상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김정은 시대에 당과 국가를 앞세우면서 사상의 지위를 상실했다. 김정은의 노선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이다.

 정책은 이러한 사상과 노선보다 단기적인 분야별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병진정책은 국가의 사상이나 노선이 아니라 국방정책의 일 부분이다. 조선은 한때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채택했지만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서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이후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2018년부터 경제건설 노선으로 전환했다. 이는 조선이 향후 경제건설에 주력하면서 국방분야에서 병진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진정책으로 미중러 수준의 핵억제력 추구

조선은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의 주요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력을 달성했다. 조선은 이를 핵타격능력이라고 한다. 현재 조선은 핵탄두 표준화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핵추진전략잠수함(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을 건설하면서 미국의 국가방어전략이 지적하듯이 핵무력의 대량화와 고도화, 다종화의 최고 정점으로 가고 있다. 즉 핵탄두 300여개 이상의 상호확증파괴의 길목으로 가고 있다. 

또한 조선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과 일본, 괌 등 주요 군사적 목표에 대한 전술핵무기를 이미 배치하고 있으며, 여기엔 미국의 항공모함전단을 괴멸시킬 전술핵미사일도 포함된다. 조선은 전술핵 능력을 핵습격능력이라고 한다. 조선의 핵무력은 이미 사회주의 헌법(2023. 개정), 「핵무력정책법」(2022. 9. 제정),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핵방아쇠’)와 ‘국가핵무력 지휘통제체계’를 통해 탐지, 요격, 보복 등을 제도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중러 수준의 핵억제력은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의 다종화, 대량화, 고도화 이외에도 최첨단 재래식전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러는 핵무장국가로서 핵무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않으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제적인 신뢰를 통해 핵무장 정상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회에 대한 이러한 약속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고 핵무장을 통해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이들의 노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미중러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침략,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재래식 전면전의 상황이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즉 미중러는 국지전이나 기타 무력 분쟁에 대해서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병진정책에서 재래식 무력의 중요성

핵무장 국가라고 해도 재래식 무력이 강하지 못하면 전면전이 아닌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혹은 적극적으로 소규모 전쟁에 대해 전술핵을 사용하겠다고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조선 역시 지금까지 재래식 전쟁으로 한미의 도발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가 도발하면 서울이나 워싱턴, 아니면 도발 원점에서 전술핵무기, 심지어 공멸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국지전에 전술핵무기조차도 결국 전략핵무기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한미가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 올 때 조선은 상호공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수단이 제한된다. 즉 재래식 무력은 핵무력을 히든카드로 남겨두고 국지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선택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작전이라고 한다. 

핵무장을 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존의 상식과 달리 최근 핵무장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러우전쟁에서 만약 러시아가 강력한 재래식 무력이 없었다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러우전쟁이라는 국지전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과 유럽이 대응할 경우 러시아의 존재자체가 위협에 빠지는 상황에 오는 것이다.

따라서 재래식 무력이 보완돼야 러시아는 핵무장국가로서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도 핵무장을 했지만 압도적인 재래식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이나 이란 등을 억제하고 있다. 최근 핵무장을 한 파키스탄과 인도가 국지전을 하는 동안 재래식 무력이 약한 파키스탄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파키스탄의 이러한 언동은 스스로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핵무장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다. 

 

북의 병진정책으로 남북미 군사분쟁 가능성 높아져

한·미는 전시작전권이 한국에 반환되더라도 미국 주도의 핵전쟁과 최첨단 타격전, 한국 주도의 재래식 전쟁을 포함하는 핵억제력을 유지한다. 한미는 이미 2024년 이후 매년 핵·재래식 통합운용(CNI) 한미 군사훈련인 아이언 메이스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 역시 2025년 10월 열병식에서 ‘재래식‧핵 통합’(CNI)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과시했다. 

병진정책은 조선에게 국지전 상황에서 전술핵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탄력적인 대응을 보장한다. 즉 한국이 무인기와 풍선을 조선에게 보내는 등 조선을 자극할 경우 조선은 전술핵무기를 가동하면서 실제로 재래식 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선은 미국에 대해선 전략핵무기로 억제하고 한국과의 전면전에 대해서는 전술핵무기로 억제하면서 재래식 전력을 과감하게 동원할 수 있다. 즉 조선이 전면전 상황으로 가지 않게 통제하면서 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병진정책과 끝없는 재래식 무기경쟁의 함정

조선이 추진하는 최신 재래식 전력은 러우전쟁에서 실전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역시 러우전쟁에서 업그레이드를 한 각종 단거리미사일과 드론, 신형 조기경보통제기와 방공망, 최신 전차 등 거의 육해공군 전 분야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UN 제재를 우회한 중-러의 경제 지원은 조선에게 경제건설에 치중하면서도 최신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여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조선은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2023년 3.1%, 2024년 3.7%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의 경제력이 모든 재래식 전력에서 한국과 끝없는 군비경쟁을 하기엔 열악하다. 한국의 국방비는 통계의 한계가 있지만 조선의 GDP 규모를 능가한다. 미국이 강요한 무기경쟁으로 소련경제가 멍들었듯이 끝없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경쟁은 조선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과도한 재래식 무기경쟁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안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조선도 국가적 위신만을 고려해서 한국과 무기경쟁을 한다면 오히려 손해이다. 따라서 재래식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을 억제하는 수준에서 재래식 무기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저지조항 자체가 위헌, 입법 없어도 군소정당 원내 진출 가능

저지조항 없어도 다른 장벽으로 군소정당 난립 가능성 없어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9일 <3% 이상 득표하거나 5명 이상 지역구에서 당선돼야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는 저지조항> 전체에 대해 한국에서는 그 제도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7명의 재판관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했다. 헌법소원은 3% 이상의 조항에 대한 것이었지만 헌법재판소가 저지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5석 이상 조항에 대해서 직권으로 함께 위헌결정을 했다.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중 김상환, 정정미 재판관은 저지선 3%에 달하지 못할 경우 최대 약 84만 표가 사표가 되고, 이러한 사표심리로 인해 거대정당에 대한 투표가 조장되고 있으며, 현행 비례대표 의석 수(46석) 중 1석 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략 1~2% 수준의 상당한 득표가 필요해 군소정당 난립의 가능성이 없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저지조항이 국회의 입법형성의 재량 범위 내에 있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정당법상 정당이 아니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다.

다음은 위헌결정의 요지이다. 

거대정당은 저지조항과 위성정당이라는 2중의 장벽을 만들었다. 제21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위성정당들과 합산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의원 총 정수 300석 중 2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강력한 거대양당제는 엄격한 정당설립요건, 다수대표의 소선거구제, 46석 수준의 비례대표 의석 수, 20석 이상 원내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다. 

따라서 저지조항 자체를 폐지하더라도 의석을 획득할 수 있는 군소정당이 극소수라서 정당 난립의 가능성이 없고 여전히 거대양당 중심의 국회운영이 가능하다. 더구나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의 경우보다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의회 내 다수당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 헌법재판소는 다수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저지조항을 스스로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조항 자체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다. 


별도 입법이 없어도 2028년 총선부터 저지조항 효력 상실

이번 헌재 결정은 국회에 입법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아니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즉시 상실되는 위헌결정이다. 또한 헌재는 저지조항 자체가 한국에 필요하지 않으니 저지조항이 소멸된 상태에서 총선을 치러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국회가 아무 입법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군소정당은 저지조항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헌재는 저지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입장이므로 만약 국회가 저지조항을 개선하는 입법을 한다고 해도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헌재가 다시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양당이 저지조항을 존치하는 입법을 하기엔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거대양당의 입장에선 비례대표의석 수를 현재 46석에서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3%의 저지조항을 1~2%로 낮추는 것은 그다지 실익이 없다. 저지조항 자체가 없더라도 46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단 한석이라도 받으려면 정당명부 득표에서 1/46 즉 2.1% 이상을 얻어야 한다. 46석 이라는 낮은 수준의 비례대표 의석 수 때문에 저지조항 없이도 저지조항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 즉 저지조항을 다시 살리는 입법이 불필요한 상황이다.


군소정당, 지방선거의 저지조항 제거와 비례확대, 연동 상향 요구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지난 2월 3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의 비례대표 배분 저지조항(5%)에 대해서도 폐지를 촉구했으며, 이들은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그간 봉쇄조항이 유권자의 선택권과 표의 가치를 왜곡해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해 왔다며, 지방선거 비례대표 5% 장벽 폐지, 2인 선거구제 폐지, 전면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연합정당 및 지역정당 허용, 위성정당 금지 등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문제는 저지조항이 폐지돼도 비례대표의석 수가 적기 때문에 실질적인 저지조항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가 살아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1% 이상 득표할 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도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정도로 늘려야 한다. 75석이 되더라도 저지선이 1.5% 득표율에 해당한다. 

현재 46석을 존치한다고 할 때 연동비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늘려야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만약 연동비율을 그대로 존치한다면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을 금지시켜야 저지조항을 폐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헌재의 전향적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저지조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연동비율과 위성정당이 그대로 남는다면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인해 이번 결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타협과 항복 사이의 베네수엘라, 끝까지 지지와 연대를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괴뢰로 전락했는가?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납치 당한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극적 합의를 하고 원유 생산과 판매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베네수엘라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가 미국에 완전히 굴복한 것인지, 원유 국유화를 포기한 것인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분석가들은 로드리게스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군부까지 미국과 내통하고 마두로의 납치에 협력해 그 대가로 권력을 승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차베스 이후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는 이번 사태로 파탄이 났다는 것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트럼프의 괴뢰정권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물론 현재 조선처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조선도 미국과 협상이나 협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미국에 굴복한 것인지 타협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관련해 지난 128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불러 3시간 동안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미국 상원, 국무장관 불러 베네수엘라 청문회 개최

루비오 장관은 쿠바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쿠바계가 밀집한 마이애미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따고 2011년부터 상원에 진출해 트럼프와 맞서 공화당 대선경쟁에 나선 바 있다. 루비오는 현재 과거 키신저처럼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다. 루비오는 상원 외교위원회 출신으로 트럼프의 거친 언동을 의회에서 순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남미 전문가로서 이번 베네수엘라 전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인자적 전권을 부여 받고 있다. 국방장관은 정치 초년생이라서 상원에서 1표 차이로 인준되는 등 국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으며, 부통령은 공식적으로 외교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군의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한 폭침, 마두로 납치에 대한 정당성, 미국의 당면한 목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에 대한 정당성 인정, 향후 계획 등 베네수엘라에 대한 쟁점을 다루고 관련된 중국, 쿠바 문제를 다뤘다.


트럼프가 전쟁법을 위반했는가? 

루비오 장관은 마두로 납치가 뉴욕법원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영장이 외국의 국가정상에게 효력이 있는지는 법원에서 다툴예정이다. 다만 과거 파나마 대통령이나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미국의 사법권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해 폭격을 하고 생존자에게 확인사살을 했으면서 이 부분의 비디오를 은폐한 부분을 비판했다. 루비오는 이번에도 무장한 마약선과 마약상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루비오는 이번 마두로 납치가 사법집행이라서 의회에 미리 통지하거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이후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 전쟁법에 따라 의회의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루비오는 베네수엘라가 미군을 공격하거나 공격할 기미가 있으면 미군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며, 그 경우 워파워엑스에 따라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지할 것이며, 60일 이상 이런 정당방어 상황이 지속되면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는 현재 베네수엘라 영토에 있는 미군은 최근 부임한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와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한 대사관 내 소수의 해병대 경비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루비오는 현재 미군이 베네수엘라부터 위협을 받고 있지 않으며, 미군도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전력을 철수하고 이란 근해로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두로를 납치한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루비오는 마두로 납치의 법적 근거는 사법집행이라고 했지만 그 정치적 목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루비오는 중국, 러시아, 쿠바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배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마두로를 체포한 후 사법집행이 아닌 원유에만 관심이 있고 연설에서 오일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루비오는 중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덤핑으로 사들이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그래서 미국이 마두로 납치 후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협상하여 미국이 중국 대신 베네수엘라와 원유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루비오는 미국은 중국과의 덤핑거래보다 더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유 판매 대금은 일단 미국 정부의 국고에 들어 온 후 미국의 승인 아래 베네수엘라 정부에게 돌려줘 원유산업 재건, 생필품과 의약품 구입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인정하는가?

미국의 목적은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통제권이다. 다만 미군이나 기업이 당장 베네수엘라에 들어갈 수가 없으므로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에 대한 협조는 현지 공권력이 담당해야 한다.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라 미국은 현재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만이 베네수엘라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이나 다른 반체제 인사들은 통치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미 2024년 베네수엘라 총선이 부정선거이고 마두로는 정당한 당선자가 아니며 야당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미국이 마두로의 후계자인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은 기존 미국의 입장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즉답을 피했으며,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관련하여 트럼프나 최근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군대를 동원해 타국의 체제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은 그 나라의 현실 조건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루비오는 임시정부가 구속된 야당 인사들을 석방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민주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일정부분 체제전환으로 가고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루비오는 쿠바에 대해서도 미국이 쿠바의 체제전환을 바라지만 무력을 사용하는 방식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는 미국의 괴뢰인가?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괴뢰정권을 세울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베네수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지 미군을 투입해 미국식 국가를 세우는 네이션빌딩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현재 정부를 인정하고 타협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평가대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그 오빠인 국회의장이 중심되고 군부까지 힘을 합쳐 임시정부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마두로 정부 때 구속된 인사들을 석방하고 있다임시정부가 국내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원유 통제를 위해 현지 권력과 협력하는 것이다.

임시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원유를 미국에 넘겨주고 공동생산과 공동판매를 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원유산업의 국유에 대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의 요구대로 민영화 조치를 하고 있다. 향후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현재의 국유화 비율을 어느정도 외국 기업에게 양보할지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석유회사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를 강권하고 있지만 과거 베네수엘라의 국유화조치에 놀란 바 있는 석유회사들이 투자를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원유를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중 쿠바 비중은 5% 미만이지만 쿠바로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대한 원유수출에 대해 어떤 타협을 할 것인지, 아니면 중러가 베네수엘라 대신 쿠바를 지원함으로써 베네수엘라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51월부로 6년의 3선 임기가 시작되어 2031년까지 임기가 예정되었다. 마두로 임기가 아직 5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별도의 선거 없이 5년 동안 통치할 수 있다. 임시정부가 상황만 잘 통제한다면 사실상 마두로에서 로드리게스로 안정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체제전환을 목표로 하고 조기선거를 요구하고 야당을 지지하는 등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다. 일단 미국은 국익만 실현된다면 체제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니 양국이 타협을 유지한다면 임시정부가 일부 민주화 조치를 하는 성의를 보여주면 조기 선거 없이 로드리게스 체제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조기선거를 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압박할 수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은 로드리게스는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며 현재 야당인사들을 여전히 탄압하고 미국의 마약단속국에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오일이 가져 오는 지정학적 변화는?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의 원유 자원국이다. 이 원유는 중질유인데, 값이 싼 대신에 정제를 해야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는 시설이 없고 자금이 부족해 보유양에 비해 극히 일부만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싼값에 이 중질유를 수입해서 정제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를 제 값에 사서 그 판매대금으로 베네수엘라의 정제시설을 확충하자고 베네수엘라 정부에게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유조선에서 압류한 원유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로부터 추가적으로 원유를 도입하여 베네수엘라와 공동생산과 공동판매를 하고 있다. 이미 5억 달러 판매대금 중 3억 달러를 베네수엘라 정부에 지급했다. 이점에 베네수엘라에게도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며,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원유회사에 종속될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이다. 만약에 중러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베네수엘라에 중질유 정세시설을 확충시켜주었다면 지금과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캐나다의 중질유를 수입했는데, 더 싼 베네수엘라 중질유를 수입하면 자신들도 이익을 보니 양국이 호혜적이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캐나다는 미국 대신 중국에 자신들의 중질유를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던 인도는 미국의 중재로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지정학적 판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명심할 것은 최강의 핵무장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식민지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 전면전으로 가지 않고 타협하려는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비록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 약소국이나 민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투쟁력을 배경으로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 사실 조선조차 지금까지 전면전을 준비하면서도 미국과 협상하려고 노력해왔다. 베네수엘라가 투쟁을 준비하지 않고 미국에 완전히 굴복했다는 평가는 경솔한 판단이다. 임시정부의 전략은 과거 정권과 차별화를 하되 민중들의 단결을 원동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자신들의 국익을 일부 양보하고 일부 보전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에게 실천적으로 중요한 건 베네수엘라가 진보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한다는 점보다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미국을 규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설사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대결에서 패배해 식민지로 전락한다고 해도 우리는 미국의 침략을 규탄하고 납치된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더구나 베네수엘라는 현재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되지 않으려고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침략을 받아 지도자가 납치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지키고 위해 타협과 굴복 사이라는 백척간두, 칼날 위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가 됐다는 주장은 진짜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판명될 때 하더라도 늦지 않다.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힘들게 맞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됐다면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비난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국제적 연대도 힘이 빠지고 그건 미국에 유리하고 미국이 원하는 바이다. 스페인 내전처럼 처절한 역사가 보여주듯이, 파쇼와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영웅적 패배로 끝나더라도 한사람의 저항자가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지지와 연대를 멈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