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았던 반전 정서, 가자전쟁에서 폭발해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콜롬비아 대학에서 시작된 반전 집회 확산


미국 뉴욕주 뉴욕 시에 있는 아이비 리그 사립 대학인 컬럼비아 대학교가 전국적인 반전 대학생 집회의 발원지이다. 동부 명문 사립대학들은 유대계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데, 4월 17일 네마트 샤피크 콜롬비아 대학 총장이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우리 대학에 반유대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아부성 발언을 했다.


이에 학생들이 샤피크 총장실 근처 잔디밭에 밤사이 천막 수십 개를 설치하고 총장과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날 18일 유대계를 의식한 총장이 교내에 진압경찰을 불러 학생 100여명을 연행하도록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연히 일반 학생들까지 집회에 가세해 대학의 자치와 전쟁중단을 요구했다. 


콜롬비아 대학은 베트남 전쟁 당시 1968년에도 학생들이 건물 5곳을 점거하면서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곳이다. 또한 다른 대학에 비해 유대인과 아랍인 학생들이 많아 중동 문제는 항상 폭발적인 이슈로 여겨졌다. 



민주당 당세가 강한 동부에서 시작된 대학생들의 반전 집회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등 서부의 대학뿐만 아니라 텍사스 대학처럼 공화당 당세가 강한 남부까지 전국을 휩쓸고 있다. 각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내에 텐트를 치면 학교 측이 경찰을 불러 철거와 진압을 하는 콜롬비아 대학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즉 학내에 최루탄 등으로 무장한 진압경찰, 기마경찰, 심지어 자전거경찰까지 수백명이 진입하여 학생들과 충돌하고 있어 반전정서와 무관한 대학생들까지 학교와 경찰을 비난하며 집회에 가세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부상자와 체포자를 양산시키고 있어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민들까지 합세할 경우 전국적인 대규모 충돌이 확산될 수 있다. 이미 24일 기준으로 뉴욕대에서 140명, 텍사스대에서 34명,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50명이 체포 구금됐으며 계속해서 그 수자가 급증하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미네소타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미시간 대학교, 에머슨 칼리지, MIT, 터프츠 대학교, 예일 대학교, 뉴 스쿨, 뉴욕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등에서 반전집회가 있었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반전이 대선 핵심이슈로 등장하면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이 양분돼


공화당은 반전 집회가 자신들의 본거지까지 확산되자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반전집회의 진앙지인 콜롬비아 대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 방위군을 풀어 진압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반면 반전운동에 동조하는 젊은층, 노조, 아랍계의 지지를 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격앙된 집회를 진정시키는 한편,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층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바이든에 맞서 반전집회를 폭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공언함으로써 공화당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을 편드는 공화당 지지층들은 반전집회 인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전쟁에 불만 터져


이번 대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전 집회는 경제난과 관련이 있다. 시민들은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희망했지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난을 겪었다. 이어 고금리 충격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완만하게 성장한다고 하지만 인플레, 고금리로 서민들은 어려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는 엄청난 재정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쏟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데,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재정지원도 폭증하자, 민심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대한 대리전쟁이므로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 문제로 민심의 동의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잠복해 있던 반전정서가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자극받아 젊은층에서 폭발한 것이다. 



자기 앞날이 컴컴한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반전 집회가 호사


한국은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험이 높아졌다. 한반도에서 연일 한미일은 북을 겨냥해 핵전쟁 연습을 하고 북도 이에 대항해 핵미사일 타격 시험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자기 땅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 등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군산복합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 등 동유럽에 엄청난 무기 수출을 하며 거의 로또 맞은 상태이다. 


반면 한국의 서민들은 전쟁가능성, 물가난, 고금리 와중에도 민생보다는 미국의 압력에 끌려 다니는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중국이 북을 지원해준다는 핑계로 미국의 중국 포위정책에 가담하고,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비교적 부조리에 제일 먼저 맞서는 계층이다. 진리탐구와 양심에 민감한 반면, 직접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 비교적 일반 시민의 이해관계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에 둔감해져 있다. 대부분이 일자녀 가정 출신으로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랐지만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희생자로서 암울한 미래, 고액의 등록금, 졸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취업 준비, 취업난을 뚫는다고 해도 대부분의 비정규직과 저임금 구조 등으로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기코가 석자이다. 자기 살기도 힘드니 민생고나 반전에 관심을 갖고 집회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변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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