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군비경쟁을 견딜 수 있나?

핵무장 완성 후에도 최첨단 재래식무기들을 개발 배치

조선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강대국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정도로 각종 핵무기를 개발해 배치했다. 핵전략폭격기는 원거리 공격용이라는 점에서 조선에게 절실하지 않다. 조선은 이미 전략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전략핵잠수함, SSBN, Submersible Ship-Ballistic missile-Nuclear powered)의 건조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의 이런 핵무기체제로 인해 미국을 포함해 지구상 어떤 나라도 조선과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 헨리키신저 역시 1957년 《핵무기와 대외정책》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국가는 모든 나라와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과 같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이런 조선이 최근 엄청난 예산을 들여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연달아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  핵이나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가 아닌 재래식 전력(Conventional Forces)을 미중러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재래식 탄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사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올 9월부터 두 달사이에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신형 방공 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 스텔스 공격무인기, 대구경열압방사포, 초고속정밀유도어뢰 등 무려 15회의 다양한 발사체를 발사했다. 조선은 비록 신형 유인전투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미사일체제를 기존 전투기에 적용하고 있다.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방과 한국의 이지스함과 같은 최첨단의 대형함정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23일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 취역식에서 “1만t급 순양함들을 포함해 최현급 이상의 수상함을 매해 2척씩 무어내겠다(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선은 이후 9월 6일 최현함과 같은 급의 강건함을 실전 배치했다. 11월 2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1만t급 최신 순양함의 건조 장면을 공개했다. 이 정도 규모이면 한국 해군의 전투함 중 정조대왕함급 구축함(8,200t급) 보다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론과 인공지능을 적용, 재정상황도 호전

우크라이나가 무인항공기(UAV), 무인수상정(USV) 등 새로운 비대칭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와 맞서는 것이 조선의 무기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러시아가 단거리탄도미사일인 KN-24(화성-11나) 등 다양한 조선의 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결과, 조선은 탄착 오차 등 이들 무기를 더욱 개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은 러시아가 제공한 실전 데이터 덕분에 탄착 오차를 2024년 1㎞ 이상에서 올 4월 1~5m로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함으로써 조선은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무기에 대한 기술과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조선은 이 기회를 활용해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가 조선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자, 조선이 러시아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국 역시 최근 조선에 대한 교역과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근 3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3%를 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성장속도 보다 빠른 수준이다. 


조선의 핵개발 배경과 핵전략에 대한 분석

마크 벨(Mark S. Bell. 2016)의 핵전략 분석을 조선에 적용하면 조선이 핵개발을 한 배경은 한미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받고 냉전 붕괴 이후 중러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핵개발은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조선이 생존에 필요한 핵전력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마크 벨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러 수준의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즉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제거할 뿐 아니라 중러가 개입할 수 없을 정도의 동등한 국제적 지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이다. 

마크 벨이 제시한 핵보유국이 할 수 있는 6가지 전략을 강약 순으로 보면 타국에 대한 침략,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 외교적 독자노선, 핵무장하지 않은 동맹들과의 안보협력 강화, 확고한 현상유지, 타협이다. 이 중에서 조선이 선택하고자 하는 건은 현상유지 즉 체제 보존, 미국과 협상, 중러로부터 외교적 독립, 국제사회에서 핵강대국으로의 인정 등이다. 조선이 한국을 핵무기로 쑥대밭을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의 최첨단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하여 점령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 다만 한국이 핵무장하지 않도록 묶어둔다면 조선은 한국에 대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핵위협을 통해 외교안보적 우위에 설 수 있다. 


핵무장국가들이 최고수준의 재래식 전력을 추구하는 이유

핵무기는 전쟁을 억제하면서 쓰지 않을 때 빛나는 무기이다. 특히 전략핵무기가 그렇다. 헨리키신저는 위에서 언급한 1957년 저서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미국과 소련 사이에 공멸의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만 전술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제한전쟁 혹은 대리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오히려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냉전 당시 미국은 소련에 비해 재래식 전력이 열악한 유럽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이는 미국이 소련에게 전략핵을 사용하지 않는 제한전쟁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대만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중국은 최악의 경우라도 전략핵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심지어 중국은 대만전쟁에서 전술핵 조차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전술핵의 사용은 상대방에게 더 강력한 전술핵의 사용을 불러일으켜 결국 전략핵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결국 핵강대국들은 전술핵의 사용조차 기피하고 있으며, 심지어 냉전 붕괴 이후 전술핵을 대거 폐기하는 쌍방조치를 해왔다. 

미국의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및 중동전쟁,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핵무장국가들은 재래식 전쟁에서 엄청난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술핵무기 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키신저는 핵 강대국 사이에 무력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략핵무기로만 부족하고 제한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의 강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억지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중러와 같은 핵강대국은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 최첨단 재래식무기를 통합하는 핵·재래식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핵무장 국가들이 통상의 전쟁에선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는 건 핵무기 기득권 유지와 직결된다. 핵무장 국가들은 자신들만 핵무기를 가질 때 핵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되는 순간 다른 나라들도 핵무장을 추구한다. 그래서 미국은 핵무기를 비핵국가에게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태세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표해왔다. 러시아와 중국도 핵무기를 엄격하게 사용하겠다는 핵교리를 발표한다. 


미중러 수준의 정상적인 핵무장국가의 지위를 노리는 조선

보통 핵 억제력의 개발과 배치 순서는 전략핵무기, 전술핵무기, 재래식 무기의 고도화, 예외적 핵무기 사용의 핵교리 채택이다. 조선도 이런 순서를 거치고 있다. 조선은 전략핵무기를 개발하자, 재래식 전력이 우월한 한미에 대해 어떠한 도발에도 바로 전략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조선이 전술핵탄두를 개발한 이후에는 한미의 도발에 대해 항공모함, 지휘부, 군사기지, 주요 시설에 대해 전술핵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조선이 전략핵무기는 물론 전술핵무기의 사용을 한국과 일본에 위협하는 순간 한국과 일본은 핵무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조선의 핵 위협으로 인해 핵무장으로 나아가면 재래식 전력이 열악한 조선은 한일에 대한 핵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조선이 재래식 무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술핵 사용을 공언하고 있지만 남한의 핵무장을 유도할 핵사용보다는 장기적으로 재래식 전력을 구축하고자 한다. 즉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억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스라엘도 핵무장을 했지만 전면적인 중동전쟁에서도 최첨단 재래식 전력을 사용할 뿐 핵사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선도 현재 재래식 전력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를 걷고 있다. 조선도 현재 핵방아쇠 등 핵교리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과도하게 핵무기 사용을 공언하고 있다. 조선의 재래식 전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재래식 전력을 고도화하면 핵무기 사용을 예외적으로 하는 미중러 수준의 새로운 핵교리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새로운 핵교리에서 한미일에 대해 상대방이 핵공격을 하지 않는 한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즉 미중러 수준의 핵무장국가의 자신감을 표명하는 것이다. 미중러는 핵무기가 방어용, 보복용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데, 조선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간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조선의 핵무기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방어용이라고 했는데, 궁극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조선이 핵과 재래식 전력 경쟁을 견딜 수 있나?

결론적으로 조선이 추구하는 재래식 전력은 비대칭에 한정되므로 조선의 재정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은 전면적인 재래식 전쟁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만을 사용하는 핵교리를 채택하고 있다. 육해군과 해병대 등 재래식 전력이 전면적인 방어용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공격용 수준으로 광범위하고 고도화돼 있다. 

냉전 시대 소련은 핵무기 경쟁뿐만 아니라 미국이 유발하는 전면적인 재래식 전력경쟁으로 인해 체제소모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소련은 미국에게 군축을 제안해왔지만 경제력이 우월한 미국은 재래식 무기경쟁으로 소련을 괴롭혀왔다. 조선은 현재 한미와 전면적인 재래식 전쟁을 하거나 한국을 점령 지배하는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조선의 육해공군의 재래식 무장 수준은 전반적으로 열악하며 조선의 경제력이나 재정상태로 볼 때 미래에도 이를 한미와 경쟁할 수준으로 전력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조선이 추구하는 재래식 전력은 한국을 공격하여 점령 지배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미가 국지전을 일으킬 때 방어하고 보복하는 수준이다. 즉 전면전 수준 재래식 전력이 아니라 국지전을 억제하는 비대칭 재래식 전력이다. 일반적인 육해공군의 전력을 고도화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조선 역시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미중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이 핵무력에 결합하는 재래식 전력은 한미가 국지전을 일으킬 때 사용하는 보복용이거나, 반대로 한미에게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로 국지전을 감행하겠다는 수준이다. 

이를테면 한미군사훈련 중 우발적인 충돌, 연평도 포격전, 서해에서 해상충돌, 비무장지대에서 충돌, 무인기 충돌로 시작되는 국지전이다. 물론 이런 국지전이 항공모함, 군사기지로 확대되는 제한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조선은 이런 상황에서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전면적인 재래식 전쟁을 억제하면서 실제로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대응할 능력을 구비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한미일의 미사일방어망을 뚫는 다양한 미사일과 그 운반체계, 무인기, 전자무기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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