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할까?

냉전시기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 


1957년 6월 21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정전위원회 제75차 본회의에서 유엔사는 한반도로 무기반입을 금지하는 정전협정 13조 D항의 폐기를 선언했다. 1958년 1월 29일 주한유엔군 사령부는 한국에 핵무기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식 발표했다. 미 8군 산하 제7보병사단은 원자전에 대비한 '펜토믹(Pentomic)'사단으로 개편됐다. 미국은 1991년까지 한국에 지뢰, 항공폭탄, 포탄, 미사일 형태로 전술핵을 배치했는데, 1960년대 최대 950여기에 달했다. 미국은 냉전기간 동안 한국에 약 1720여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는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4배가 넘는다. 


<핵딜레마 미국의 한반도 핵정책의 뿌리와 전개과정>의 저자 피터 헤이즈(Peter John Hayes)에 따르면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에 한국의 핵전력을 통제하는 사령부가 있었고 이것은 워싱턴을 포함해 전 세계 핵사령부와 연결돼 있었다. 도봉산에 핵포탄을 비축하고 의정부에 포대를 두고 있었다. 군산기지에 60개의 핵중력폭탄(Nuclear Gravity Bombs)을 발사할 수 있는 F-4, F16을 배치하고 군위에 공대지 핵미사일 훈령장이 있었다.


 1959년 핵이 장착돼 1,100km를 날아가는 마타도어(Matador) 크루즈 미사일 1개 비행중대를 배치했다. 1961년에는 사정거리 1800km인 메이스(Mace)가 도입됐다. 1986년 4월 3일 열린 제1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랜스미사일 발사대 2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랜스미사일의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랜스 1개 대대는 109기의 랜스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이밖에도 지대지미사일 Sergeant, 순항미사일 Nike Hercules 등을 배치했다. 


이러한 전술핵무기는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과 소련에 대해서도 사용할 목적이었다. 그러므로 중국과 소련 역시 한국을 겨냥하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미소 양국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남북 모두를 전략핵무기로 공격하는 전쟁계획을 수립했다. 



미국이 남한에서 전술 핵을 철수한 이유


전략핵은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할 수 없지만 전술핵은 전략핵전쟁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무기이다. 일단 처음에는 전면전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포탄과 같은 전술핵을 사용하지만 쌍방은 점차 파괴력이 높은 전술핵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전략핵을 사용하게 되는 상승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이 핵무기 감축협상을 시작하면서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추고자 우주전략무기 개발 중단, 요격할 시간이 부족한 중거리 전략핵미사일 폐기, 전술핵 폐기를 먼저 논의했다. 그 결과 1991년 9월 28일 부시 대통령은 공군용을 제외한 모든 전술핵을 폐기하고 전략핵의 현대화계획도 제한한다는 핵정책을 발표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991년 10월 5일 공군용을 포함한 전술핵 전체를 폐기할 것을 발표하였다. 결국 미소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했고 남북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비핵화는 미소의 핵무기 철수와 남북의 핵개발을 막고자하는 미소의 의도를 반영했다.



미국이 남한 전술핵 배치에 반대한 이유


첫째 조선의 핵무기에 대항하여 남한에 전술핵를 배치한다면 이는 조선의 핵무장과 전쟁수행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즉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게 부여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된다. 북핵의 인정은 남한과 일본에서 핵무기 개발 논의를 촉발시키고, 대만의 핵무장론도 부상하게 한다. 중동에서 이란의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핵개발도 자극하게 된다. 결국 미국의 핵 독점이 붕괴될 수 있다.


둘째 일본이 비핵화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조건에서 남한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면서 이는 유일한 동아시아의 미국의 전술핵무기로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 일본, 대만, 괌 등 동아시아를 겨냥하는 전술핵 배치를 가속화한다. 미국은 전술핵 전쟁이 전략핵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술핵 배치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유럽에 전술핵이 이미 배치된 조건에서 동아시아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미국은 두 개의 전술핵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셋째 군사적으로 불리하다. 조선의 요격미사일의 사정거리 밖 공해상에서 잠수함발사 전술핵미사일, 폭격기나 전투기 발사 전술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잠수함이나 비행기가 조선을 아직 침범한 것이 아니므로 조선에게 요격당할 염려가 없이 기습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남한 영토에 전술핵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 반면 오히려 미사일기지나 공군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전술핵 저장장소, 전술핵 배치장소는 조선이 전술핵으로 공격하는 최우선 목표가 된다. 


B-52 폭격기는  항속거리 9000마일로 TNT 150 kt의 폭발력을 지니는 W80 수소폭탄을 시속 550마일 속도로 1500마일을 날아갈 수 있는 공대지 순항 핵미사일(AGM-86B)을 20개까지 장착한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은 총 24개의 SLBM 발사관이 있었는데, 2020년부터 핵군축으로 20개의 발사관으로 감축됐다. 하나의 발사관에는 475kt에 달하는 열핵탄두 ‘트라이던트 IID-5 미사일 8발을 장착할 수 있다. 즉 한 잠수함에서 160발의 핵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다. 


넷째 전술핵은 공멸전이 아니라 제한전쟁에 사용되는데 그 정도의 전쟁은 미국의 압도적인 재래식 공격만으로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오히려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지 않으면 조선은 방사포와 미사일을 이용하여 1차 공격을 재래식으로 감행할 확률이 높으므로 핵전쟁을 막을 수 있고 재래식 전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술핵 배치로 돌아설 가능성


첫째 조선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려면 조선의 핵폐기 이전이라도 핵동결과 군축 및 통제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는 조선을 사실상 핵무장국가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하여 남한과 일본의 핵무장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미러, 대만 대치에서 보듯이 미중간의 전술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은 동아시아에 전술핵을 배치할 필요성이 증가하는데 남한만이 가능하다. 일본은 비핵화노선 때문에 전술핵 배치가 불가능하다. 반면, 남한의 경우 조선의 핵무장으로 한반도비핵화가 파탄이 난 상태이고 독자적인 핵무장에 반대하는 남한의 보수정치인들도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 핵무기는 전술핵무기의 경우도 군사적 판단보다 안보심리적 판단이 중요한데, 남한의 전술핵무기 배치가 군사적으로 불필요하고 불이익하다고 해도 남한에 대한 핵우산으로서 강력한 안보확신을 보장해준다. 


넷째 미미하지만 남한 내 전술핵 배치는 조선의 전술핵 공격에 대해 신속하게 반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 밖에서 전술핵 사용보다 군사적 장점이 있다. 현재 한미는 조선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전 탐지를 통한 요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남북의 가까운 거리, 고체연료 등 북의 발사준비 상태, 극초음속미사일 등 미사일 속도를 고려할 때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술핵공격을 받은 후 보복할 수밖에 없다. 


남한 내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을 경우 조선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지하 깊은 곳이나 바다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신속하게 반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술핵이 남한에 배치되지 않은 경우 핵잠수함과 전폭기를 이용한 전술핵 발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전술핵 배치와 운영의 방식


현재 미국은 러시아에 대항하여 유럽에 약 1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운영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기획그룹(NPG)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튀르키예 등 5개국이 미국 핵무기의 계획, 의사결정, 운반 등에 대해 결정하는 협의체다. 나토는 러시아에 대해 재래식 무기가 압도적이지 못하므로 러시아의 전술핵공격, 혹은 재래식 공격에 대항해 재래식 반격을 하더라도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와 달리 유럽에서는 전술핵 배치의 군사적 필요성이 존재한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나토의 전폭기에 장착되며 나토정상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미국 대통령이 최종 발사명령을 한다. 이를 나토식 핵무기 공유라고 하지만 최종 발사권한은 미국대통령이 행사하고 러시아의 기습공격과 같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사를 명령하고 그 동시에 나토 정상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핵 공유라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핵확산금지조약(NPT)는 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미는 2023년부터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을 통해 남한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북핵 대응과 확장억제를 논의한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전력, 한미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체계적으로 논의한다. 정례적으로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TTX)과 핵 대응 도상연습(TTS)을 실시하고, 핵잠수함과 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여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할 예정이다. 


첫째 전술핵미사일과 전략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정기적으로 괌, 일본, 부산에 순회 입항시켜 한국에게 전술핵무기를 사실상 배치했다고 설득할 수 있다. 한국에 고정적으로 한 척을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는 핵잠수함의 은밀성이라는 미국의 전략에 어긋난다. 핵잠수함은 탐지되기 어려우므로 평상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가시효과를 통제할 수 있어 동아시아에서 전술핵무기 확산방치에 유리한 반면, 조선이 유사시 타격하기 힘들기 때문에 군사적 이익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와 함께 대표적인 재래식 전략무기이다. 22개의 발사관에 각 7기 총 154기의 재래식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핵무기를 장착하지 않은 채로 부산 등 남한에 정기적으로 입항할 수 있다. 


둘째 전략핵무기를 장착한 B52 폭격기와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의 전개 빈도를 높이고, F22를 순회 배치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F16을 F35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주일미군에 F35 48대가 배치됐다.


셋째 지상에서 발사하는 전술핵미사일,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전술핵폭탄과 미사일의 경우 실제로 배치하기보다는 하나의 협상카드로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핵지뢰나 핵포탄은 상응하는 재래식 무기의 발전으로 한미입장에선 검토대상이 아니다. 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전술핵무기만으로서 전술핵 전쟁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선의 전술핵무기 선제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이들 전술핵무기를 굳이 배치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이들 전술핵무기는 한반도 비핵화를 파기하는 가시적 효과가 커서 중러의 전술핵 배치를 유발하여 미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 


넷째 트럼프 정부는 전술핵 배치의 효과를 내는 각종 전략자산의 전개비용을 주한미군 주둔 방위분담금에 포함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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