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왜 등을 돌렸나?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들 500여명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부분의 주요대학 교수들이 퇴진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요한 지점은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퇴진집회가 아직은 본격적이지 않는데 교수들이 시국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교수들이 보수적인 언론을 비판한 것에서 보듯이 국민들의 각성과 적극적인 행동을 권유하고 있는 형세입니다. 또한 특검수용 등과 같은 타협점 없이 모든 시국선언이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결정적인 윤석열의 불법이 없는 조건에서 퇴진을 요구했다는 건 법적 평가보다는 윤석열의 무능, 고압적인 자세, 검찰독재로 인해 정치적으로 윤석열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지식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국선언에도 나오지만 의료대란, 연구지원 삭감 등 윤석열의 반대학적인 정책에 대한 불만도 반영돼 있습니다.
첫째 민주당에 가까운 사람들은 정권초기부터 편파적인 검찰독재에 분노하고 있다. 즉 50% 유권자들은 정권초기에 이미 등을 돌렸다는 의미이다. 윤석열이 검사일 때 이재명, 조국에 대한 수사는 비록 먼지 털기였지만 권력에 대한 반항이었기에 큰 저항감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정적에 대한 검찰권 남용은 보수층조차도 대놓고 옹호하지 못할 정도로 여론의 저항감이 강하다. 더구나 윤석열의 부인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민심은 검찰을 자기식구만 챙기는 조직깡패 수준으로 경멸하고 있다.
둘째 국정과 긴급한 현안에 대한 무능이다. 이태원참사 사건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등 보수정권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보여준다. 서울시와 용산의 행정기관과 경찰은 무능함을 보여줬고 윤석열은 사후처리에서 뻔뻔함을 보여줬다. 용산참사는 용산경찰서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온통 신경쓰면서 현장관리를 제대로 못해 발생했다. 채상병 사건은 그 사건 자체보다 윤석열이 개입하여 자기 사람 지킨다고 사후처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해병대전우회 등 우호세력까지 등을 돌렸다. 의료대란은 의사집단과 끝까지 싸운다는 용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문제는 의사파업 등 그 후유증을 대비하지 못해 국민의 불편이 가중돼 의사와 정권 모두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퇴로 없이 이것도 깡패처럼 처리하고 있다.
국민 다수도 국익을 위해 미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국민적 설득과정도 없이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국가적 자존심을 버려가면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에 대해 국민다수는 반대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파탄나 북에서 쓰레기 풍선이 날아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 첨단무기나 한미동맹은 무능하기만 하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는 김태호 등 권력핵심부의 작품이지만 국민들은 윤석열을 친일파로 생각한다.
셋째 자신의 무능과 편파를 인정하지 않는 고압적인 자세이다. 일단 대통령으로서 품위가 없다. 밀실 검찰청 안에서는 조폭같은 스타일이 통하고 외부로부터 감출 수 있으나 모든 행동이 노출되는 대통령은 최소한의 인격을 지녀야 한다. 국민을 피의자 다루는 듯한 권위적인 태도와 거침없는 막말에 대다수 국민이 염증을 내고 있다. 용산참사를 비롯해 각종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이나 징계, 각종 결정에서 사안과 관련된 본인은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법률이요, 관례요, 상식이다. 본인의 배우자가 직계가족이 관련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기부인이 관련된 특검을 3차례나 거부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조중동처럼 윤석열을 지지하는 세력도 혀를 찰 정도이다.
넷째 2024년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난과 저출산 등 암울한 미래이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인상, 고금리를 국민들은 참아오고 있지만 한국경제 전반이 침체하고 위기 징후가 보이면서 국민들은 화풀이 대상으로 윤석열을 희생양을 삼고 싶어한다. 자영업 파탄은 오래 전이고, 환율은 급등하고 삼성전자도 고전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롯데그룹은 위기에 처해 있다. 재벌도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IMF 구조조정의 악몽을 되살리며 국정책임자인 윤석열을 손가락질 한다.
퇴진투쟁은 왜 불붙지 않나?
첫째 일반 국민들은 무엇보다 꼴보기 싫은 윤석열이 자진퇴진하면 모를까 강제로 끌어내리기엔 아직은 재임 당시 심각한 위법이 없다고 본다. 명태균 사안은 대통령 당선이후 발생한 사안을 포함하고 있어 민심은 그 실체와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둘째 박근혜 탄핵시키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결국 윤석열 같은 괴물이 다시 대통령이 돼 별로 달라진 것도 없으니 과거와 같은 탄핵집회에 시큰둥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이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3차례나 정권을 잡았지만 자신들을 지지하는 50% 유권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 심지어 국회를 다수당으로 장악했던 노무현, 문재인 때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시 정권을 잡고 싶어 정체가 불분명한 중간층의지지 운운하면서 과감한 개혁을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때 검찰개혁의 의도는 좋았지만 조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검찰의 조직적 저항을 진압하기에는 너무 안이하고 무능했다. 그 무능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셋째 박근혜 탄핵 이후 노동계, 진보진영을 배제하려는 민주당의 권력독점 때문에 반윤석열 투쟁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강력한 동맹을 잃어버렸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규탄하고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에게 타살당한 후 정권퇴진투쟁에 앞장서 왔다. 대규모 탄핵집회의 계기와 씨앗을 만들었고 그 이후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시민의 박근혜 탄핵집회에서 보이지 않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해왔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선거제도를 강화해 노동진보진영에게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노동자와 진보진영은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독식 때문에 민주당 들러리 서는 반윤석열 투쟁에 소극적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선택은?
윤석열이 살 길은 김건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기사람을 끝까지 지키려는 조폭 기질이 있어 부인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김건희 역시 윤석열에게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며 혼자서는 안 죽을 테니 같이 죽자고 할 것이다. 윤석열은 성격상, 김건희의 협박 때문에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박근혜와 달리 검찰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대통령이나 그 측근이 수사를 받는 일이 없으니 탄핵사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명태균 사건을 대통령 임기 전의 해프닝으로 처리하면 된다. 둘째 2026년 6월까지 선거가 없으니 국민 심판을 받을 일이 없고 임기가 반이나 남았으니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면 여야정치인, 언론계 등이 윤석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동훈은 73년생이니 홀로서기에 성공하면 앞으로 대선을 최소한 3번이나 치룰 수 있다. 안철수가 2012년 갑자기 정치권에 등장에 대선출마를 선언했을 때가 50세인데, 지금도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다. 현재 조건에서 검찰과 사법부가 이재명, 조국을 제거한다고 해도 한동훈이 윤석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윤석열의 퇴진에 힘을 실어준다면 보수층이 분열하여 역시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 의원이 아닌 한동훈은 정치에서 퇴출될 수 있다. 현재 조중동과 같은 보수층은 다음에도 보수정권이 창출되려면 이재명, 조국 같은 경쟁자는 사법처리하고 김건희를 버리고 한동훈은 윤석열과 적당히 싸우는 국민적 쇼를 해서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보수층 붕괴로 귀결되므로 끝까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동훈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윤석열의 퇴진을 막아 보수를 구하면서 민심도 얻고 자신의 지도력도 살리는 것이다. 그것은 김건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한동훈이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면 모든 그림이 완벽해진다. 지난 7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재표결에 부쳐진 채 해병 특검법이 총 투표수 299표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한동훈을 따르는 의원은 20여명이라고 하니 그중 6명만 동의해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퇴진시킬 것인가?
현재 윤석열 퇴진집회는 민주당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과 조국의 유죄판결로 인해 마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방탄국회처럼 방탄집회라는 여당과 일부의 시각이 있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지금까지 소극적이었지만 내부 입장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권 후퇴, 민주노총 탄압, 각종 공안탄압 등 자신들도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할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퇴진투쟁 광장에 친민주당 세력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가 됐든 언론에 100만 집회라고 보도되는 것이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은 좀 더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과 김건희와 관련된 윤석열의 불법행위가 점차 드러나고 김건희 특검에 대한 특검이 다시 부결되고, 한동훈의 제3자 추천 특검도 무산되면 점차 시민들의 참여는 늘겠지만 윤석열 정권의 결정적인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박근혜 탄핵 때와 같은 대규모 집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도 그렇거니와 법조계에서도 아직은 탄핵사유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다수와 여권지지층 일부도 이미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본다. 다만 강제로 끌어내릴 방안이 마땅하지 않을 뿐이다. 현재로서 헌법질서 내에서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방법은 임기단축의 개헌이다. 다만 단순한 임기단축이 아닌 국민대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헌법차원의 검찰과 사법부 개혁등 더 큰 명분이 필요하다. 과거 윤석열을 지지했던 신평변호사가 트럼프의 예를 들면서 사법부와 검찰의 과도한 정치개입에 대해 경고를 한 점도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한다. 특정 정치인을 먼지털기 식으로 수사하는 것은 법앞의 평등과 무관한 권력남용인 것이다. 또한 검찰과 사법부가 사소한 혐의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를 제거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 정도는 국민의 심판에 맡겨야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선주자나 야당대표의 경우 정치탄압의 성격의 재판은 대법원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최종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개헌은 299명 중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국민투표를 거친다. 국회동의가 있으면 국민투표는 별다른 혼란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민투표는 사실상의 대통령에 대한 소환 즉 국민에 의한 해임으로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보다 더 민주적이며 그 사유도 정치적 무능이나 정치적 책임까지 폭넓을 수 있다. 다만 절차적으로 6명 이상 한동훈 계열 등 일부 여권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동훈이 그런 결심을 한다고 해도 원외인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윤석열이 계속 특검을 거부한다면 한동훈은 특검찬성 나아가 개헌까지 찬성할 수 있다. 다만 한동훈이 개헌에 찬성하려면 중도진영과 보수진영 일부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 이를테면 4년 중임제도 포함하되 이재명을 겨냥해 이 헌법에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은 4년 단임으로 한다는 부칙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 노동계, 진보진영, 시민들은 거리에서 퇴진투쟁을 하고 정치권은 개헌을 논의하면서 윤석열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탄핵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