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다극화 경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0세기 국제질서 체제에 대한 이해


미국은 양차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또 다른 세계대전을 막고자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을 추진했습니다. 국제연맹은 제안 국가인 미국의 고립주의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지만 국제연합(UN)은 지금까지 세계대전을 저지하는데 나름 역할을 해왔습니다. 루스벨트의 유엔구상은 미소가 양극이 되고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대 강대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는 미국 단극체제를 유지해왔으나 푸틴의 러시아가 재부상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세계분업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인구대국 인도 역시 빠른 경제성장과 미중러의 경쟁 속에서 독자노선으로 4강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대만 긴장, 북미대결전에서 보듯이 친미동맹에 저항하는 러시아, 중국. 조선. 이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패권에 저항하는 반제반미전선이 형성되는 기세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최근 국제질서 다극화에 관한 담론이 활성화되고 최근에는 다극화 포럼이 결성됐습니다. 이런 다극화 담론이 반제반미전선, 유엔의 다극체제(5대 상임안보리국가). 혹은 과거 소련의 평화공존론, 비동맹노선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다극화가 4강 중심의 블록화로 나타날 것인지, 남북분단을 강요하는 미국의 전쟁정책에 저항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다극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다극화 담론은 결론과 현상만을 논의하지 다극화의 원인과 비판적 발전 경로, 그리고 강대국 관점이 아닌 약소국 입장의 대응전략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다극화는 미국 일극 패권에 저항하는 중러의 주체적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미국이 일극 패권을 유자하기 위해 중러를 견제한 결과 중러가 피동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소련의 미소 평화공존론은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중국. 조선에 의해 거부됐다. 소련 붕괴 이후 엘친의 러시아는 미국 단극체제에 종속당한 채 나토의 동진에 굴욕적으로 감수해왔다. 푸틴의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나토 등 서방공동체에 편입하고자 했으나 유럽에서 독점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에 의해 배척당해왔다. 러시아는 신자유주의 분업 체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세계분업의 혜택을 받아왔다. 러시아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동진하는 미국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제한적인 세계분업 조차 차단당함으로써 미러 공존은 파탄 났다. 


1954년 중인 정상회담. 1955년 반둥회의에서 저우언라이(주은래)의 중국은 비동맹 결성을 주도했지만 중소분쟁과 미중수교, 미중분업체제를 거치면서 비동맹과 멀어져 갔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소분쟁에서 중국 편을 들면서 중국과 세계분업 체제를 구축했고, 그 결과 중국은 친미 신자유주의 세계분업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을 견제하고자 중국을 세계의 경공업 공장으로 삼았으나 중국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을 추격하자 중국의 세계분업 참여를 저부가가치 영역으로 제한하고자 미중밀월 관계를 종식시켰다. 


중러가 미국에 대항하면서 독자적인 역량으로 다극화란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세계분업 체제를 제한적으로 복구하면서 중러를 일부 포용할 경우 중러는 다시 미국과 평화공존 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즉 현재 미국에 저항하는 중러 중심의 다극화가 미국과 협력하여 세계를 분할하는 미국과 평화공존하는 다극화로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미중러인의 국익에 따라 다극화의 핵심 내용인 미국과의 관계가 유동적이다. 


다극화의 이런 한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지배전략에 저항해야 하는 코리아의 입장에선 미국의 중러 포용정책에 따라 중러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분할 정책을 현상유지정책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코리아의 입장에선 다극화가 미국의 대코리아정책에 저항하는 전선이 되도록 중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견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에 저항하는 조러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다극화의 미국 견제라는 긍정적 방향을 이끌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 견제라는 포지션에 대해 자신의 국익적 관점에서 동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해질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미국이 건드리지 않는다면 미중 평화공존. 공동번영이라는 세계분업 체제의 혜택을 누리고자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국제관계에서 이념이나 우정보다는 국익과 힘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미중러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들 역시 미중러에 줄서기보다 국익을 위한 을들의 동맹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남북공동체뿐만 아니라 미중러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중러에 종속당하지 않는 독자적인 역량이 있을 때 미중러와 공평하게 공동번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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